14년째 목숨을 걸고 탈북자를 구출해 온 목회자가 있다. 주인공은 NK.C(노스코리아 차이나) 에바다선교회 대표 송부근(서울 열리는교회) 목사. 그의 서울 효제동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몇 통씩 탈북자를 구출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탈북이 최근 더 어려워졌습니다. 김정은이 탈북자들을 총살형까지 처하도록 명령 내렸기 때문입니다. 탈북을 안내하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고요. 7∼8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돈 1000위안(18만원)이나 담뱃값 정도만 쥐어줘도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어오곤 했는데, 지금은 300만∼400만원을 줘도 힘듭니다.”그는 최근 북·중 국경에 전기철책선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이 월경하다 건드리면 소리가 크게 울려 국경 경비부대원에게 발각된다. 전파 방해와 감청도 심해져 전화하기도 훨씬 어려워졌다. 현지 협력자들은 산속 깊은 곳에서 조심스럽게 짧게 통화하곤 한다. 중국 공안의 단속도 강화돼 중국 내에 은신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탈북자들은 언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송 목사가 탈북자 구출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99년 봄. 북한인권단체인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기획실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15년간 평범한 목회를 하던 그는 한 교계 중보기도모임에 참석했다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탈북자들의 실정은 참혹했다. 기도 가운데 그는 “북한 구원을 위해 울라”는 사명을 받게 된다. 기도모임은 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논의한 끝에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를 조직했고,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2년여 만에 1180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2001년 5월 유엔난민기구(UNHCR)에 서명을 전달했다.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명이 담긴 20여개 상자를 유엔난민기구에 전달했습니다. 서명 전달 후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은 물론 중국의 탈북자 색출과 강제송환 및 난민지위신청 거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탈북자 강제북송저지 국제결의대회가 개최되는 등 놀라운 일들이 속속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인권 국가들은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탈북자 인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됐습니다.” 이후 그는 수백명의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특히 2004년 7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탈북자 468명이 비행기 두 대에 나눠 타고 한국에 들어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그해 5월 베트남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다음 달 2일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담판을 지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성사시켰다. 그의 활동은 2009년 영화 ‘선택’(감독 채명민)으로 제작됐다. 이 영화는 출연 배우 모두가 탈북자들로 구성한 첫 영화로 기록됐다. 그는 최근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를 사임하고 NK.C 에바다선교회를 설립했다. 탈북자 사역과 북한선교를 더 전문화하고 세분화해 소신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NK.C 에바다선교회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활동해 오던 가정행복연구원을 모태로 한 북한선교단체입니다. 앞으로 탈북자 구출 사역과 강제북송 저지, 체포된 탈북자 긴급구출 활동을 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그는 현재 탈북자의 국내정착을 지원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비밀리에 전달하고 있다 . 설날과 추석이 되면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집에 초청해 잔치를 열곤 한다글사진=유영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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